수학의 본질을 살피고 우리 아이가 수학을 포기한 사람 즉, 수포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수학을 못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가 없다. 학교 교사나 학원선생님도 학교 수업만 듣고 초등시절 따로 수학 공부를 안 하고 방치한다면 중등시절부터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그럼 최대한 빨리 어렸을 때부터 수학공부를 하고 무조건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
수학 도대체 왜 어려운 것인가
수학은 실재하지 않는 것을 다루는 학문이다. 보통 수학과 과학은 숫자, 연산, 기호, 계산등으로 이루어져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다. 과학은 자연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보편적 지식이며, 우리의 경험적 감각으로 느껴지고 실험이나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을 다룬다. 반면 수학은 완전히 개념으로 이루어진 학문이기 때문에 우리의 경험과는 무관하며 자연에 없는 것을 다룬다. 즉 과학은 자연에서 출발해 그 '현상을 분석'하지만, 수학은 약속이며 정의에서 출발해 '패턴을 만드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실재하지 않는 약속을 이해하면서 해석을 하려니 어렵고 힘이 드는 것이다. 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
'사교육 없는 세상'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11.6%, 중학교 3학년 22.6%, 고등학교 2학년 32.3%가 스스로 수학 포기자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은 각 44.9%, 60.6%, 72.4%로 학생 절반이상이 수학으로 고통받고 있다.
중학교 수학교사인 김수희 저자님의 책 '초등생의 수학 학부모의 계획'에 따르면 교실 내 수학포기자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어릴 때부터 질리도록 한 수학교육으로 인해 수학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다. 많은 유형의 문제를 숙달하여 지필 평가 점수는 높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내야 하는 수행평가에서는 점수가 좋지 않은 편이다. 감정 자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수학은 쓸모가 없고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수업을 일방적으로 듣는 식의 선행교육을 한 아이들이다. 익숙한 내용을 듣고 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대강 흘려듣는 식으로 공부를 한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들어본 것 같다는 편안한 느낌일 뿐, 자신의 지식이 아닌 셈이다. 내용을 설명할 수 없고 많은 시간을 수학 공부에 할애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수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세 번째는 초등학교 때 배운 개념에 결손이 있는 아이들이다. 덧셈, 뺄셈까지는 곧잘 따라왔지만 분수나 소수의 개념부터 연산까지 확실히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중등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설마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하지만 실제 한 반에 서너 명씩 있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교과서 복습을 하지 않는다. 진도에만 연연하는 선행 학습방식을 취하거나 질리도록 문제를 풀어 유형별 풀이과정을 암기하는 형식으로 학습을 진행했다.
그렇다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학 잘하는 아이를 위한 엄마의 노력
엄마는 수학 교육과정 전반을 꿰고 있어야 한다.
초등수학과 중고등수학의 차이점을 알자
초등 수학은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수학적 개념을 도출한다면 중등 수학부터는 논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며 수학적 개념을 형식화하고 이상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수와 연산을 예로 들면 초등수학이 사과를 보고 1개, 2개라는 숫자에 대입하고 사과 한 개를 반으로 쪼개면서 분수의 개념인 1/2를 배운다면 중등 수학의 핵심은 방정식이다. x, y라는 미지수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방정식 풀이를 위해 유리수, 무리수의 개념이 필요하게 된다. 함수의 기본 개념도 방정식의 해를 구하기 위한 과정이며, 고등학교에서는 미분, 적분의 개념으로 발전한다.
도형에 있어서는 초등에서 측정으로 발견했던 도형의 성질들을 중등에서는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을 배운다.
수학은 나선형의 학습방식으로 이전 학년에서 배운 하위개념을 바탕으로 점차 상위개념으로 확장해 나가기 때문에 미리 선행을 해서 중등개념을 배우면 당장의 문제풀이야 쉬워지겠지만 토대가 탄탄하지 않으면 중고등 가서 무너져 버릴 수 있다. 초등 수학에서 하는 직관적으로 수학적 개념을 파악하는 연습이 충분히 되어야 중고등에 가서 개념을 기호나 식으로 형식화할 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초등 시기에는 과도한 선행 대신 아이가 천천히 직관을 이용해서 수학적 개념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역별 초등 수학 단원
- 수와 연산 : 자연수, 분수, 소수의 개념과 사칙연산
- 도형 : 평면도형, 입체도형의 개념, 성질, 넓이와 부피 구하기
- 측정 : 시간, 길이, 들이, 부피 측정하고 어림하기
- 규칙성 : 규칙 찾기, 비와 비율, 비례식
- 자료와 가능성 : 자료의 수집, 분류, 정리, 해석, 가능성
이 중 중등수학과 연계하여 반드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단원은 다음과 같다.
분수의 개념과 사칙연산
비와 비율, 비례식
삼각형, 사각형의 정의와 성질
엄마는 위의 다섯 가지 영역을 초등 해당 학년에 어디에서 얼마큼 배우는지 살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중등수학과 깊숙이 연계되는 단원은 반드시 중학교 입학 전에 점검하여야 한다.
수학 공부의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자
우리의 목표는 수능 수학 1등급이다. 깊이 있는 수학 개념의 이해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수학은 특히나 자신감이 중요하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가장 필요한 과목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된다. 이에 따라 수학은 현재 상대평가 등급제를 시행 중인데,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논술형이나 서술형 문제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시험이 어떻게 바뀌던지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양으로 승부하는 식으로는 점점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김수희 저자님은 수능 수학시험 1등급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수능 기출문제를 풀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출문제 속 핵심개념을 고2 겨울방학에 반드시 정리하고 고3에는 그 개념이 문제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수학은 반복보다는 이해가 더 중요한 과목이다. 탄탄한 로드맵을 바탕으로 스스로 핵심개념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 로드맵
예습, 학습, 복습의 스케줄을 짠다. 초등 1, 2학년은 가볍게 훑어보기 정도로 진행하고 본격적인 학습은 3학년부터 시작된다. 사칙연산의 경우 2학년 여름방학부터 매일 연산문제집을 푸는 것이 좋다.
하기는 도서 '초등생의 수학 학부모의 계획'의 본문 중 일부로 저자가 제시하는 초등학생 수학공부 로드맵이다.
우리 아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다. 아이는 연산교재, 개념교재, 심화 교재 이렇게 세 가지를 활용한다.
연산교재는 주중에만 한 장씩 푼다. 방학에는 전 학기에서 공부한 내용의 심화 문제집을 푼다. 심화 문제는 아이의 수준을 고려하여 정답률이 70%는 넘는 교재를 사용한다. 동시에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의 개념 문제집을 활용하여 개념 부분만을 혼자 공부하며 풀어본다.(응용문제, 단원평가문제 제외) 다시 학기가 시작되면 교과서를 복습하고 한 단원이 끝나면 방학 때 풀었던 개념문제집에서 안 풀었던 응용문제와 단원평가를 푼다. 이런 식으로 문제집 두 개를 돌려가며 푸는데 선행이라기보다는 예습의 개념으로 진행하고 있다. 많은 문제를 풀리지는 않는다. 우리 아이는 아직 초등 저학년이라 여기서 질리거나 어려워 학습 감정이 안 좋아지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사고력 문제집을 시작하고 싶은데 아직 아이가 준비되지 않았는지 거부한다는 것이다. 문제집을 풀릴 때 어떤 것이든지 정답률이 너무 낮거나 아이가 힘들어하면 수준을 낮추거나 그만두어야 한다. 아이를 살펴가며 진행해야 한다.
수학은 그 어떤 과목보다 자신감과 도전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수학적 사고력이 길러진다. 일방적으로 듣는 강의를 통하거나 수많은 문제를 푸는 식은 당장에는 효과가 좋은 것처럼 보이고 빠른 길로 생각되지만 수학적 이해력 향상이 목표라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문제라도 혼자 이해해서 풀어보고 자신의 생각이 들어맞아 문제를 맞혔을 때의 기쁨과 감동, 이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도전할 수 있게 되고 틀려도 포기하지 않고 과정 속에서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다.
교육관은 엄마마다 다르다. 하지만 아이를 수학포기자가 되게 하고 싶은 엄마는 없을 것이다. 내 아이만의 수학 로드맵을 세우고 적극 도와주어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공부하는 엄마를 응원합니다.
참고 : 초등생의 수학 학부모의 계획 (지은이 : 김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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