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들의 독서에 대해 기록해 보려고 한다.
정확하게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들의 독서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워킹맘이고 마음의 여유가 없던 탓에 책을 읽어주지 못했다. 읽어줄 생각을 못했다는 표현이 맞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은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주변에 보면 심심하면 책을 읽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집 아들들은 심심하면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블록을 조립하고 자동차를 가지고 논다.
그런 아들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필요한 지식을 책을 통해 찾고, 책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경험해 보게 하고 싶어 노력했다.
책 읽기의 즐거움
독서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깊고 큰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책은 사람의 인생을 바꿀수도 있는 경이로운 발명품이다. 수세기 전의 이야기가 책으로 남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영감을 준다는 사실은 실로 놀랍다. 사람은 언젠가 흙으로 돌아가지만 책 속의 생각은 영원히 남는다. 아이들이 그런 책을 좋아하고 이용했으면 좋겠다.
책의 두가지 종류
글은 크게 문학, 비문학 두 가지 종류의 책이 있다. 이야기책과 실용도서인 셈이다. 비문학이라는 말은 문학의 반대말로 최근 생긴 말이다. 아들은 보통 비문학, 실용 도서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그림의 형태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하는 책을 좋아한다. 동물이나 식물책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학습만화도 한 축을 차지한다. 아예 새로운 분야를 접할 때 만화책으로 만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글로만 된 책을 볼 때보다 진입장벽을 낮춘다고 해야 할까? 나도 역사나, 신화 등을 읽히고 싶을 때 처음에는 만화를 먼저 권해본다. 일단 흥미가 생겨야 읽기를 시작할 수 있다.
아들의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취향저격
스스로 책이 좋아 이것저것 찾아서 본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엄마가 책을 보게 하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취향을 저격해야 한다. 이 때 가장 우선되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아이의 관심사' 이다. 아이의 관심사는 계속 조금씩 변한다. 엄마는 지금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안테나를 세우고 관찰해야 한다.
책 읽기를 할 때 가장 좋지 않은 것이 권장도서만 들이미는 것과 독후활동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책을 좋아할 수가 없다. 재미있어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명심하자.
우리 집은 하루에 책을 읽어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언제 읽는지, 무엇을 읽는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심심할 때마다 책을 즐기지는 않아도 책 읽기 자체를 힘들어하지 않는다.
이야기책을 좋아하는 큰 아들
큰 아들은 일단 글밥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책이 두꺼우면 보지도 않고 못 읽는다고 했다.
1학년은 무조건 이 정도는 읽어야돼라고 강요했으면 지금도 책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첫째는 권선징악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전래동화로 책 읽기를 시작했는데 책이 얇아 부담 없어서 읽기 좋았던 것 같다. 이후에는 판타지 소설, 영웅이 나오는 이야기 등을 즐겨 읽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전혀 예측이 안 되는 이야기보다는 악당은 벌을 받을 꺼다라는 식의 큰 줄기를 가진 책이었다. '똥볶이 할멈'이나,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등의 책이다.
한 번 취향이 파악되고 나니 책을 찾고 권해보고 하는 일들이 쉬워졌다.
엄마가 들이 민 책보다는 스스로 학교 도서관에서 찾은 책과 친구가 권하는 책을 더 좋아했다.
'마법의 시간여행' 시리즈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너무 잘 읽었고 '엽기과학자 프래니' 등은 친구에게 추천받아 읽고 너무 재미있어했다.
이야기책만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친구집에 놀러가서 자연관찰책을 신기해하며 보길래 얼른 당근으로 중고를 구매했다. 흔히 남자아이들은 크고 힘이 세 보이는 동물을 좋아하는데 큰 아들은 그것보다는 거미, 개미, 갯벌생물, 옥수수, 토마토 등 주로 본인이 경험해 보았고 좋아하는 작은 생물들 위주로 보았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관심있어 한다면 그 분야로 책을 권해보면 된다.
권한 책을 다 읽어내야한다는 생각도 내려놓고 줄기차게 제공하면 그중에 한, 두 권씩 읽게 된다.
그게 책 읽기의 시작이다.
상어와 자동차 책만 보는 둘째 아들
둘째는 상어와 자동차 두 가지 책만 본다. 공룡에 꽂히는 아들들이 많은데 우리 집 아들들은 공룡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둘째처럼 무언가 한두가지를 많이 좋아하는 친구들은 오히려 책을 고르기는 쉽다. 하나를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보기도 한다. 둘째는 그림도 상어만 그렸다. 가끔 다른 바다생물을 곁들여 그리기로 했지만 오로지 상어뿐이었다.
책을 읽어준다고 들고 오라고 하면 온통 큰 그림만 가득한 책을 들고 왔다.
이야기책도 좀 봐야 글자를 읽어 주고 하는데 읽기도 힘든 상어 이름과 차 이름만 줄기차게 읽었다. 슬슬 걱정이 됐다. 곧 학교도 가는데 교과서는 보려고 하려나...
일단은 좋아하니 이대로 둔다.
상어의 특정 부위만 봐도 어떤 상어인지 알고 책 속 삽화가 그림인지 사진인지 판독을 시작했다. 이젠 나에게 물어봐도 대답해 줄 수가 없다. 나보다 더 잘 아니까. 자동차는 옆모습만 봐도 어느 회사 무슨 시리즈인지 안다. 처음엔 와 대단하다고 리액션을 해 주었는데 내가 본인보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지 아예 설명을 해준다.
작년 여름인가 자꾸 소수 읽는 것을 물어보더니 책에 있는 상어의 길이, 무게, 이빨 크기, 차의 속도 등을 읽었다. 재미가 붙었는지 계속 읽다가 크기와 무게를 비교하고 세상에서 제일 빠른 차를 찾는데 열을 올렸다.
상어의 이빨에 엄청 관심을 갖더니 이빨 관련 책을 사달라고 했다. 국내에선 찾기 힘들어 아마존을 이용해 책을 찾아 주문해 주었다. 아이에게는 그냥 상어책이지 한글이든 영어든 상관이 없다. 이름은 한글이든 영어든 읽어낸다. 읽는다기 보다는 기억해서 말한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지금도 이야기 책을 보자고 하면 싫다고 말은 하지만 이제 가끔은 이야기 책도 보곤 한다.
우리 집 독서습관 잡기는 현재 진행형
목표는 명확하다 책 읽는 중학생이 되자.
성인이 되어 어려움에 부딪히면 책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마음의 안위를 얻었으면 좋겠다. 책 읽는 어른이 되려면 책 읽는 초등학생, 중학생이 되어야 한다. (바쁜 고등학생에게까지 독서를 하자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다.)
책을 읽게 하려면 집에 TV시청이며 전자기기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면 가능하다. 정말 심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집은 영어 영상시청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이 방법은 쓸 수가 없고 우리 집 아들들은 심심해도 책을 보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규칙을 정해서 책을 읽는다. 엄마도 같이 읽는다.
하루 독서량을 정해 둔다. 언제 읽을지 무엇을 읽을지는 자유이다. 역사 만화만 제외하고 만화책 읽기는 독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독후 활동은 알아서
독후 활동 역시 자유이다.
큰 아이는 학교에서 독서 기록장을 쓰게 하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아이는 주로 알아서 그림을 그린다. 그냥 두면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아래 사진은 둘째가 6,7살에 그린 그림들이다. 색칠은 하지 않고 몸통과 지느러미 모양, 눈의 색깔에 집중한다. 상어마다 다른 이빨의 모양도 관심이 많다. 상어는 실제와 똑같이 그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자동차는 본인이 갖고 싶은 차, 만들고 싶은 차를 그린다.
어느 날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벌써 3편까지 만들었다. 야무지게 표지도 만들었다. 귀엽다.
1편을 넘겨보면 총 여섯 쪽의 책이고 아래와 같이 상어가 그려져 있다. 각 상어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그린 점이 놀랍다.
독서 역시 최소한의 규칙을 정해주고 시간을 만들어 주면 읽고 스스로 활동을 한다.
억지로 하는 것보다 결과물이 꽤 괜찮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 아이들은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우리 아들의 독서를 참고하여 책을 좋아하는, 책 읽는 중학생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오늘도 공부하는 엄마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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