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큰 아이를 처음 초등학교에 보낼 때 허둥지둥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다이소며 문방구를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했었고 '예비 초등' 문구가 들어간 문제집을 엄청 사들이고는 아이를 책상에 앉혀 두었더랬다.
둘째는 눈치가 있는 편이고 형 덕분에 학교 근처를 유치원 만큼이나 자주 드나든 터라 엄청 낯설어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보육의 개념인 유치원에서 본격적인 학습을 하기 위한 단체생활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이니 만큼 잘 준비시켜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똑같다.
큰 아이때의 경험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무언가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지나고 보니 과한 것을 덜어내는 것이 아이를 돕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1.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학교를 간다고 생각하니 학습적인 부분이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초등학교 1학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이다.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연습
학교는 단체 생활이다. 시간표에 맞추어 생활한다. 그래서 시간을 관리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예비초등시기 반드시 잡아야 하는 습관 중 하나는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다. 유치원다닐 때 여차해서 차를 놓치면 엄마가 데려다주고, 일이 있으면 빠지고 아무 시간에나 잠들고 일어났다면 학교 가기 전 1,2월부터는 시간을 지켜 생활하도록 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무슨일이 있어도 이 시간에 우리는 자고 일어난다라는 사실을 주지 시켜주자.2,3개월 정도면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잘 자고 일어나는 아이는 맑은 머리로 학습에 임할 수 있고, 하루의 시작은 차분하고 정돈되게 하는 것이 좋다. 아침마다 등교준비로 힘을 빼고 가면 엄마도 힘들지만 아이도 산뜻한 시작을 하기 어렵다. 특히, 상습적으로 지각을 하면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수업시간과 놀이시간을 지키도록 하자. 평소에 시간을 지키는 연습이 된 친구들은 대부분 큰 문제없이 적응한다.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거나 다른 친구에게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이야기 한다.
소지품 관리는 스스로
소지품이나 학용품은 처음부터 스스로 챙기게 하는 것이 좋다. 일단 아이에게 챙겨야 하는 것을 말해주고 스스로 가방을 싸본다. 그러고 나서 엄마가 점검한다. 처음에는 빼먹기도 하고 쓸데없는 것을 넣기도 하고 마구잡이로 쑤셔 넣어 망가지기도 한다. 물론 한 번에 잘하지 못한다. 차근차근 반복해서 일러주고, 챙기지 못해 가져가지 못했거나 학교에서 가정으로 들고 오지 않아 숙제를 할 수 없는 등의 책임은 아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알려준다.
학용품등에 이름을 쓰거나 이름 스티커를 붙일 때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내 것이고 내가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함께 한다. 학용품에 이름 스티커를 붙일 때는 뚜껑에도 반드시 붙인다.
더불어 내 자리, 내 책상은 내가 정리한다고 알려준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은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진 친구라면 책상정리도 어렵지 않다.
혼자 먹기, 혼자 화장실 처리하기
이제 밥을 먹여 주는 사람은 없다. 식판에 밥 받아오는 것부터 먹고 치우는 것 모두 혼자 해야 한다. 젓가락 사용법도 익혀서 가면 좋지만 힘들어하면 강요하지 말고 포크를 챙겨서 보내면 된다. 친구들 하는 것보고 때가 되면 스스로 한다.
화장실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 학교에 가면 선생님께서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뒤처리까지 혼자 다 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연습하는 것이 좋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말을 하지 못해서 실수하는 친구부터 뒤처리를 하긴 했는데 미흡해서 냄새가 나는 바람에 놀림을 받는 친구도 있다.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이 부분은 여러 번 연습을 시켜서 보내야 한다.
2. 학습은 과하지 않게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큰 아이 때에는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이라 7살에는 유치원에 자주 가지 않았다는 생각에 더 그랬던 것 같다. 6권짜리 연산 문제집 세트, 5권짜리 한글공부세트, 받아쓰기 문제집 등등 매일 아이를 앉혀놓고 씨름을 했다. 왜 이걸 모르냐며 다그치고 화도 많이 냈었다. 7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결론적으로 그때 책을 더 많이 읽어주고 같이 그림 그리고 더 많이 색종이 접고 놀걸 후회가 된다. 아이는 공부할 때마다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엄마의 조급함이 아이를 과하게 밀어붙이니 아이는 나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어 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8살에 되면 그에 맞게 아이의 인지능력이 형성되어 더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배운다.
오히려 다 안다고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나쁘고 선생님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하루일과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데 그 시간이 이미 아는 거나 하는 재미없고 지루한 시간이라면 얼마나 시간낭비인가.
초등1학년 아이의 보람찬 학교생활과 자신감은 최선을 다하는 태도와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뻔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학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6년을 다닐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이다.
아이는 잘 그리지는 못해도 성실하고 꼼꼼하게 색칠해서 정해진 시간에 완성했다. 선생님 말을 끝까지 듣고 색종이를 접어 완성하고 남는 시간에 친구들을 도왔다. 가위질을 하고 남은 종이들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이 작은 행동으로 그림 그리기 상도 받고 친구들이 해주는 칭찬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고마운 친구에게 쓰는 편지를 2,3통 받고 기뻐했다.
수업시간에 적어도 60% 이상은 신기하고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활동을 할 때에는 선생님의 가이드를 끝까지 듣고 시작한다. 이미 아는 거라며 섣부르게 먼저 하지 않는다. 먼저 시작하다가 뒤에 설명을 못 듣고 중간에 계속 손을 들고 선생님을 찾아가는 것이 반복되면 수업진행에도 방해가 되고 친구들도 불편해한다. 먼저 시작했지만 속도가 더 늦게 되고 조급하니 완료하기가 힘들고 악순환이다.
세부 학습적인 부분은 아이들마다 편차가 있는 편이라 아주 보통 아이들 기준으로 적어본다.
받아쓰기
받아쓰기 문제집 미리 할 필요 없다. 차라리 책을 읽자.
학교에서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와 문장으로 받아쓰기 책을 미리 주고 연습할 수 있게 해 주신다. 한글도 '가나다라'부터 다 꼼꼼히 알려주시고 글씨 쓰기며 일기 쓰는 방법도 다 알려주신다. 수업시간에 잘 듣고 와서 숙제만 해도 충분하다.
받아쓰기하기 전에 언제 보는지 어디를 보는지 알려준다. 하루, 이틀 전에 연습해보고 가도 충분하다. 미리 교재로 연습해봐야 소용이 없다. 차라리 책을 많이 본 아이가 어려운 받침글자나 이중모음을 더 잘 기억한다.
수학
간단한 연산과 사고력 수학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 너무 어려운 문제집을 한다거나 아이가 싫어하는데 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밀어붙이다가 오히려 아이가 난 수학을 못하는 아이라는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교재로 시작하고 잘하고 좋아하면 난이도를 올려서 해본다.
요즘 숫자 모르고 학교 가는 친구는 거의 없다. 1학년 수학은 어렵지 않다. 손가락 셈도 괜찮다. 나중에 알아서 암산한다.
예비 초등학생이 미리 알고 가면 좋은 내용으로는 10의 짝꿍수를 알고 가면 좋다. (10의 짝꿍수 : 1과 9, 2와 8, 3과 7, 4와 6, 5와 5) 더해서 10이 되는 수를 알고 자유롭게 가르기, 모으기를 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예체능
초등 저학년에서 칭찬을 받거나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미술활동이나 체육활동을 통해서이다. 특히 미술활동으로 주는 상이 많다. 미술학원을 보내도 좋고 아이가 원치 않거나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유튜브에서 아이들 그림 그리는를 영상을 보면서 함께 그려보는 것도 좋다. 그림을 완성하고 다양한 색깔로 색칠을 꼼꼼히 할 수 있도록 한다.
남자아이들은 사람을 아주 작게, 졸라맨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졸라맨을 키우고 살을 붙여 색칠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습시키면 그림일기 쓰거나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1학년 수업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그리고 종이를 접고 자르는 활동이다. 가위질과 종이를 바르게 맞추어 꾹꾹 눌러 접는 연습을 시키면 좋다.
3. 준비물 및 학용품
예비소집에 가서 받아온 자료에 보면 준비물이 적혀있다.
이때 학교에서 준비해주는 것이 있고 가정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 보고 준비하면 된다.
책가방, 물병 정도만 미리 준비하고 나머지 학용품은 반 배정 후에 사는 것이 좋다.
선생님마다 원하는 부분이 다르므로 미리 준비하지 말고 추후에 반이 정해지고 선생님이 세부 사항을 알려주시면 준비하는 것이 좋다. (크레파스 몇 색, 네임펜 몇 색, 풀은 어떤 풀 등등..)
책가방
1, 2학년 책가방은 주로 각 잡힌 가방을 사용하는데 다소 무거운 편이다. 보통 3, 4학년이 되어 가지고 다닐 책이 많아지면 아주 가벼운 천으로 된 가방으로 바꾼다. 그러므로 저학년에 너무 비싼 가방은 필요 없다고 본다. 보조가방이며 신발주머니를 다 끼워서 세트로 파는데 사실 신발주머니 정도만 있으면 되고, 신발주머니도 거의 학교에 두고 오거나 험하게 쓰고 잃어버리는 경우도 다수라 작은 에코백정도 충분하다. 보조가방은 거의 쓸 일이 없었다.
물통, 물통가방
물통은 뚜껑이 일체형인 보냉 물병이 좋다. 뚜껑이 떨어져 있으면 제대로 닫지 않아 가방과 책이 다 젖어버리는 참사가 자주 발생한다. 원터치로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이 연결된 것이 좋다.
물통가방은 어깨에 멜 수 있는 방수 가방이 좋다.
필통
필통 가이드를 선생님이 주기도 하시는데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된 필통보다는 떨어져도 소리 나지 않는 천으로 된 필통을 하는 것이 좋고 장식품이 많이 붙어 있는 필통은 지양한다. 저학년은 사각형에 각 잡힌 필통을 많이 쓴다.
기억에 남는 준비물
쓸비세트 : 작은 쓰레받이 빗자루 세트, 쉽게 걸어 둘 수 있도록 윗부분에 케이블타이나 빵끈을 연결해 주는 것이 좋다.
10칸 공책 : '+' 점선 표시 되어 있는 공책
빨간 색연필(채점용): 종이를 까는 색연필은 잘부러지고 돌려서 나오는 색연필은 자꾸 안으로 밀려 들어가는데 샤프식으로 된 이 색연필 괜찮았다.
오늘도 공부하는 엄마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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